20141120

난 토이의 음악을 듣기엔 너무 닳았나보다. 변한게 없네. 사운드에 사족이 많네. 진행이 진부하네. 가사가 오글이네 혼자 주절대다 그냥 모든 것에 너무 익숙해진 내가 좀 슬퍼졌다. 백지같았던 소년 시절을 채워주던 것들이 지금도 변함없이 그 자리에 있다는 것은 분명 감사한 일일 것이다. 한창 좋아했던 시절을 그리워하며-

20141114

애인과 내가 K의 즐거운 사생활에서 제일 좋아하던 코너는 바로 ‘영화하면 최’ 최광희 영화기자의 영화소개 코너였다. 매주 토요일 새벽 3시 반쯤에 시작했는데, 본방으로 들은 날도 꽤 많았을 만큼 둘 다 팬이었다. 최광희 아저씨에 대해 처음 알게된 것은 영화 설국열차가 개봉했을 무렵인데, 그 때 나는 설국열차를 보고 난 후, 설명할 수 없는 찝찝함을 느끼고 있던 터였다. 왜 찝찝할까…라는 생각을 하던 중에 어느 듣보 아저씨가 찝찝함을 시원하게 긁어줬다. 바로 ‘관념적 진보의 똥폼’ 이라는 영화 평ㅋㅋㅋㅋ 최씨 아저씨였다.ㅋㅋ 개인적으로는 비슷한 시기에 개봉했던 더 테러 라이브가 더 좋았는데, 아저씨도 그랬던 모양이다. 두 영화를 비교 설명하면서 했던 얘기에도 많은 공감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호감도+1 관심도+1인 상태로 K의 즐거운 사생활에서 아저씨를 우연히 만났고, 1년이 넘는 기간동안 함께 하면서 영화평론을 듣는 재미를 알게 된 것 같다. 아저씨는 기자 출신이라서 그런지 말을 할 때에도 글로 쓴 것처럼 조사 하나 접속사 하나 소홀히 하지 않고 정확하고 완전하게 문장을 만들어서 전달하는데, 신기한 것은 글로 쓴 것처럼 딱딱하지 않고 재밌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은건 바로 솔직함이다. 이미 설국열차의 영화평에서 눈치챘지만, 어떤 상황에서든 애매모호하게 말하지 않고 직설적으로 쉽게 말한다. 얼마전에 마지막 방송에서는 ‘패션왕’에 대한 영화평으로 솔직한 영화평의 끝을 보여주셨다ㅋㅋㅋㅋ 막말을 한다고 스스로 반성도 많이 하시던데 개인적으로 난 우리 사회가 아직도 비판에 지나치게 민감하다는 생각을 좀 가지고 있다. 특히나 예술 분야에서는 다양한 해석과 자유로운 비판이(그것이 다소 편협하고 주관적이더라도!) 작품을 더 풍요롭게 한다고 생각하는데 내가 느끼는 현실은 꽤나 보수적이다. 아저씨가 방송에서 한 마지막 영화 해설이 인터스텔라여서 그런지 더 여운이 깊다. 언젠가 또 방송에서 만나게 될 날을 기대하며.

20141111

출근길이 춥고 깜깜해지기 시작했다. 추위와 어둠은 음악을 고르는데 도움을 주는 오랜 친구들이다. 가끔씩 어떤 날은 직접 골라주기도 하는데, 그런 날은 하루 내내 즉흥 뮤직 비디오를 보는 행운을 누리게 된다. 오늘은 심지어 하늘도 좀 울먹거리는 것 같아 큰 고민 없이 시키는대로 Kings of Convenience을 플레이 리스트에 올렸다. 사실 이런 날에는 조용한 방에 혼자 앉아, 부스럭거리며 씨디를 꺼내 플레이어에 걸고, 첫 곡이 나오는 그 잠깐의 공백을 즐기고 싶다. 현실은 평소보다 더 막히는 출근길이지만ㅜ 암튼 오늘은 친구들 덕분에 한시간 반이나 걸리는 출근길 운전이 전혀 사납지 않았다. 편의짱이 열어준 음악의 차원은 나만 통과할 수 있었으니 사나운 운전자들과 접촉할 기회는 원천적으로 봉쇄된 셈이다. 오늘 안 사실인데 편의짱이 노르웨이 밴드란다. 그래 맞아. 어쩐지 영국 밴드에는 어울리지 않는 청명함이 있긴 했지. 알고나서인지 곡들이 완전히 다르게 들리는 느낌. 잉거마리가 오후의 호수같다면 편의짱은 눈 내리는 겨울 밤 숲 속 같다. 역시 뭐든 깊이 알면 알수록 감동은 입체적이된다는 사실. 가볍던 냄새나던 덕질은 진리다.

20141110

우리는 매우 느리고 매우 작은 3차원 세상에서 오랜시간동안 살아왔기 때문에, 상대성 이론을 수식이 아닌 직관으로 떠올리기는 어렵다. 그러나 뭐든 직관으로 떠올리고 싶어하는 것이 이 세상에서 오랜 시간동안 적응해 온 인간의 본능이므로 여러 방법들이 등장하게 되는데… 그 중 나는 팽팽한 천 위에 공을 올려 놓은 것을 상상하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 같다. 2차원인 천을 공간과 시간으로 치환하는 상상력만 발휘한다면 나머지는 어느정도 직관으로 그려진다. 천 위에 구르는 공들은 행성이나 별. 무거운 별이나 행성은 천을 내려앉게 해서 주변의 별을 자기 쪽으로 굴러들어오게 할 것이니, 이것이 중력. 팽팽하던 천이 내려 앉는 것은 팽팽하던 공간과 시간이 내려 앉아 구부러져 휘는 것일 테고… 천에 아주 작지만 졸 무거운 것을 올려 놓으면 천이 푹 꺼질테니 그건 블랙홀. 심플하다. :)

20141109

창문 틈으로 초겨울의 싸늘한 바람이 밀려들지만, 햇살만큼은 눈부신 일요일 아침. 햇살 때문인지 오늘은 조금은 따뜻한 음악을 듣고 싶었다. 그렇다고 대책없이 뜨거운 꿀발라드는 싫고… 해서 고른 음악이 바로 이 앨범. 연인 같아 보이지만 사실은 베프인 You’ve got a friend의 두 주인공들, Carole King과 James Taylor의 라이브 앨범이다. 노라존스의 뉴올리언즈 앨범에도 잠깐 손이 갔었는데, 노라 누님의 음악은 좀 더 추워질 때 듣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남겨뒀다. 연인이 아닌 음악적 동반자로서 평생을 함께한 이들. 앨범 전체를 처음부터 차분히 따라가다보면… 연주와 목소리와 표정이 긴 세월을 담고 하나의 묵직한 그러나 따뜻한- 그림을 그려주는 것 같다. 따뜻하고 깊은 향기의 차를 마신 기분. 일요일 아침이 행복하다.

Swing Time Machine #2

2008년 즈음에 내가 활동하던 스윙댄스 동호회에 썼던 글을 옮겨왔다. 열정적으로 스윙댄스를 덕질하던 시절이었는데, 그 시절의 기억이 나에겐 좋은 추억이라 작은 조각이라도 내 개인 장소에 기록해두고 싶었다. 유튜브가 지금처럼 활성화되지는 않았던 시절이라 스윙댄스 영상도 많지는 않았었는데, 그나마 열심히 찾아서 걸었던 링크들도 다 깨져서, 영상은 새로 찾아 걸었다. 텍스트는 지금 읽어보니 유머랍시고 혐오나 차별적인 발언을 많이 해 실망스럽고 부끄럽지만(팻츠 월러를 욕할 자격이 없다ㅠ) 그래도 과거의 나를 인정하고 반성의 증거로 남기기 위해 원본 그대로 올린다. 이 글에는 맥스랑 스티븐미첼 개객끼들이 등장해서 어쩔 수 없이 그 부분은 수정했다.

Swing Time Machine #1

2008년 즈음에 내가 활동하던 스윙댄스 동호회에 썼던 글을 옮겨왔다. 열정적으로 스윙댄스를 덕질하던 시절이었는데, 그 시절의 기억이 나에겐 좋은 추억이라 작은 조각이라도 내 개인 장소에 기록해두고 싶었다. 유튜브가 지금처럼 활성화되지는 않았던 시절이라 스윙댄스 영상도 많지는 않았었는데, 그나마 열심히 찾아서 걸었던 링크들도 다 깨져서, 영상은 새로 찾아 걸었다. 텍스트는 지금 읽어보니 유머랍시고 혐오나 차별적인 발언을 많이 해 실망스럽고 부끄럽지만(팻츠 월러를 욕할 자격이 없다ㅠ) 그래도 과거의 나를 인정하고 반성의 증거로 남기기 위해 원본 그대로 올린다.

Jazz and Swing Music #2

2008년 즈음에 내가 활동하던 스윙댄스 동호회에 썼던 글을 옮겨왔다. 열정적으로 스윙댄스를 덕질하던 시절이었는데, 그 시절의 기억이 나에겐 좋은 추억이라 작은 조각이라도 내 개인 장소에 기록해두고 싶었다. 유튜브가 지금처럼 활성화되지는 않았던 시절이라 스윙댄스 영상도 많지는 않았었는데, 그나마 열심히 찾아서 걸었던 링크들도 다 깨져서, 영상은 새로 찾아 걸었다. 텍스트는 지금 읽어보니 유머랍시고 혐오나 차별적인 발언을 많이 해 실망스럽고 부끄럽지만(팻츠 월러를 욕할 자격이 없다ㅠ) 그래도 과거의 나를 인정하고 반성의 증거로 남기기 위해 원본 그대로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