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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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인과 내가 K의 즐거운 사생활에서 제일 좋아하던 코너는 바로 ‘영화하면 최’ 최광희 영화기자의 영화소개 코너였다. 매주 토요일 새벽 3시 반쯤에 시작했는데, 본방으로 들은 날도 꽤 많았을 만큼 둘 다 팬이었다. 최광희 아저씨에 대해 처음 알게된 것은 영화 설국열차가 개봉했을 무렵인데, 그 때 나는 설국열차를 보고 난 후, 설명할 수 없는 찝찝함을 느끼고 있던 터였다. 왜 찝찝할까…라는 생각을 하던 중에 어느 듣보 아저씨가 찝찝함을 시원하게 긁어줬다. 바로 ‘관념적 진보의 똥폼’ 이라는 영화 평ㅋㅋㅋㅋ 최씨 아저씨였다.ㅋㅋ 개인적으로는 비슷한 시기에 개봉했던 더 테러 라이브가 더 좋았는데, 아저씨도 그랬던 모양이다. 두 영화를 비교 설명하면서 했던 얘기에도 많은 공감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호감도+1 관심도+1인 상태로 K의 즐거운 사생활에서 아저씨를 우연히 만났고, 1년이 넘는 기간동안 함께 하면서 영화평론을 듣는 재미를 알게 된 것 같다. 아저씨는 기자 출신이라서 그런지 말을 할 때에도 글로 쓴 것처럼 조사 하나 접속사 하나 소홀히 하지 않고 정확하고 완전하게 문장을 만들어서 전달하는데, 신기한 것은 글로 쓴 것처럼 딱딱하지 않고 재밌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은건 바로 솔직함이다. 이미 설국열차의 영화평에서 눈치챘지만, 어떤 상황에서든 애매모호하게 말하지 않고 직설적으로 쉽게 말한다. 얼마전에 마지막 방송에서는 ‘패션왕’에 대한 영화평으로 솔직한 영화평의 끝을 보여주셨다ㅋㅋㅋㅋ 막말을 한다고 스스로 반성도 많이 하시던데 개인적으로 난 우리 사회가 아직도 비판에 지나치게 민감하다는 생각을 좀 가지고 있다. 특히나 예술 분야에서는 다양한 해석과 자유로운 비판이(그것이 다소 편협하고 주관적이더라도!) 작품을 더 풍요롭게 한다고 생각하는데 내가 느끼는 현실은 꽤나 보수적이다. 아저씨가 방송에서 한 마지막 영화 해설이 인터스텔라여서 그런지 더 여운이 깊다. 언젠가 또 방송에서 만나게 될 날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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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아내’, ‘집사람’, ‘마누라’라는 단어가 싫은데, 이유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살림만을 강요당하며 살았던 전 근대 시대 때의 여성상이 녹아 있는 말 같아서이다. 그래서 나는 ‘애인’ 이라는 연애시절 호칭을 그대로 쓰고 있는데(애인이라는 사실이 달라질 건 없으니), 오늘 어원을 찾아보니 마누라라는 단어는 오히려 남녀를 불문하고 극존칭으로 쓰던 말이라더군! 그런데 요새와 같은 뉘앙스로는 왜 바뀐걸까? 훔훔. 암튼 마눌님 정도로 쓰면 괜찮을 거 같은데 바꿔볼까?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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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인이 읽혀지지 않은 채로 쌓여간다. 거꾸로 돌아가는 세상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는 현실을 기사 꼭지 꼭지 마다 마주하게 되는 것이 힘들다. 다음 선거 때 까지는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다는 무기력함도 짜증난다. 그래도 보고, 읽고, 말해야 한다. 할 수 있는 것이 많지는 않아도 없지는 않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