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111

  • 출근길이 춥고 깜깜해지기 시작했다. 추위와 어둠은 음악을 고르는데 도움을 주는 오랜 친구들이다. 가끔씩 어떤 날은 직접 골라주기도 하는데, 그런 날은 하루 내내 즉흥 뮤직 비디오를 보는 행운을 누리게 된다. 오늘은 심지어 하늘도 좀 울먹거리는 것 같아 큰 고민 없이 시키는대로 Kings of Convenience을 플레이 리스트에 올렸다. 사실 이런 날에는 조용한 방에 혼자 앉아, 부스럭거리며 씨디를 꺼내 플레이어에 걸고, 첫 곡이 나오는 그 잠깐의 공백을 즐기고 싶다. 현실은 평소보다 더 막히는 출근길이지만ㅜ 암튼 오늘은 친구들 덕분에 한시간 반이나 걸리는 출근길 운전이 전혀 사납지 않았다. 편의짱이 열어준 음악의 차원은 나만 통과할 수 있었으니 사나운 운전자들과 접촉할 기회는 원천적으로 봉쇄된 셈이다. 오늘 안 사실인데 편의짱이 노르웨이 밴드란다. 그래 맞아. 어쩐지 영국 밴드에는 어울리지 않는 청명함이 있긴 했지. 알고나서인지 곡들이 완전히 다르게 들리는 느낌. 잉거마리가 오후의 호수같다면 편의짱은 눈 내리는 겨울 밤 숲 속 같다. 역시 뭐든 깊이 알면 알수록 감동은 입체적이된다는 사실. 가볍던 냄새나던 덕질은 진리다.
  • 글을 쓰면서 춤출 때와 비슷한 답답함을 느낀다. 내가 듣고 보고 느낀 것들을 충분히 표현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그런 답답함. 사실 글이라고 할 것도 없는 짤막한 일기 수준인데도 이런 걸 보면 평소에 앵간히 안 읽고 안 썼나보다. 하긴 그림하고 숫자가 안들어간 글을 읽기 시작한 때가 20대가 끝날 무렵부터였으니, 30이 넘어 린디를 시작할 때 마주하게되는 내 몸의 강한 자유의지와 크게 다를 건 없을 것이다. 그래도 춤에는 조금 재능이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글에는 재능은 커녕 박자를 맞추기도 버거운 상태다. 엇박으로 시작해서 겨우 박자를 맞추면 거친 패턴을 마구 조립하다 녹초가 되는 기분이랄까. 킁. 뭐 그래도 춤이나 음악처럼 글도 솔직하기만 하다면 그대로 충분히 의미있고 또 시간이 지날수록 즐거워지리라는 믿음은 갖고 있다. 큰 욕심은 없고 그저 하루하루 모르고 흘려버리는 반짝거리는 순간들을 기록하여 나의 오늘이 어제와 같지 않은 특별한 하루였음을 미래의 나에게 알려주고 싶다.

  • 오늘 날씨 캐맑음(…) 나의 오늘 아침은 오데로 갔나ㅎㅎ

  • K의 즐거운 사생활이 문을 닫는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이가 들면 무엇이든 떠나보내는 데 익숙해진다는 얘기를 들은적이 있는데, 난 그 반대인 것 같다. 나이가 들 수록 무언가를 떠나보낸다는 것이 그렇게 아쉬울 수가 없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것이 아닐까. 함께해온 것과의 시간은 점점 늘어나고 함께할 것과의 시간은 점점 줄어드니, 그 만큼 이별은 더 어려운 일이 되는 것이다. 최광희 아저씨도. 김바다씨도. 생선작가도. 유민아 작가도. K도 많이 그리울 것 같다. 문 닫기전에 고마웠다고 문자라도 한 번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