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ng Time Machine #2

2008년 즈음에 내가 활동하던 스윙댄스 동호회에 썼던 글을 옮겨왔다. 열정적으로 스윙댄스를 덕질하던 시절이었는데, 그 시절의 기억이 나에겐 좋은 추억이라 작은 조각이라도 내 개인 장소에 기록해두고 싶었다. 유튜브가 지금처럼 활성화되지는 않았던 시절이라 스윙댄스 영상도 많지는 않았었는데, 그나마 열심히 찾아서 걸었던 링크들도 다 깨져서, 영상은 새로 찾아 걸었다. 텍스트는 지금 읽어보니 유머랍시고 혐오나 차별적인 발언을 많이 해 실망스럽고 부끄럽지만(팻츠 월러를 욕할 자격이 없다ㅠ) 그래도 과거의 나를 인정하고 반성의 증거로 남기기 위해 원본 그대로 올린다. 이 글에는 맥스랑 스티븐미첼 개객끼들이 등장해서 어쩔 수 없이 그 부분은 수정했다.

안녕하세요 초록거인입니다^^ 드디어 마지막 강습과 보강까지 끝났네요. 아직 졸업공연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이제 정말 방 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간이 빠르다는 것을 실감하면서, 그동안 주절 주절 써왔던 스윙 이야기도 이제 마지막 마무리를 하려 합니다. 사실 못다한 이야기들도 많은데요, 그런 이야기들은 이제 앞으로 술자리에서 함께 하도록 해요. 부담없이, 스타일 대로, 편견과 아집, 농담도 쫌 섞고, 가끔 말쌈질도 하면서 얘기할 수 있는 편한 술자리. 좋잖아요?^^ 사실 저는 이렇게 일방적인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지도 않고, 잘 하지도 못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문의 글을 네개나 쓴 것은요, 결국, 빠에서 같이 춤을 추고, 술자리에서 스윙 이야기로 웃고 떠들 수 있는 스윙 친구(특히 팔뤄)를 만들고 싶어서였어요.ㅋㅋ 리더 오덕후만 양산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엄습하기도 하지만, 믿고 기다려 볼랍니다. :)

자, 오늘은 말씀드렸던대로, 린디합이 현대에 이르게 된 과정과, 그 과정에서 생긴 스타일의 차이에 대해서 이야기 해볼껍니다. 음…사실 이번 글에는 제 주관이 많이 담길 것 같아 좀 조심스럽기도 한데요, 뭐, 언제나 처럼 편하게 들어주십사 하는 마음 입니다. 자 그럼 가볼까요?

고고씽

1930년-40년 사보이 빠의 유명세는 미국 전역으로 퍼져 나가게 되었고, 그와 더불어 린디합도 린디하퍼들에 의해 미국 전역으로 퍼져나가게 되었습니다. 그 중 딘 콜린즈(Dean Collins)라는 린디하퍼가 있었는데요, 원래 이름은 Sol Ruddosky로써, 이 사람 역시 사보이 빠에서 놀던 유명한 댄서였습니다. The New Yorker라는 문화 평론 잡지에서 1935년 올해의 댄서로 뽑히기도 했으니까요. 개인적으로는 백인 댄서라는 이유가 좀 있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도 들지만, 역시나 어메이징한 댄서임에는 틀림 없었겠죠? 그러던 그가 1936년 머나먼 LA로 이사오게 됩니다. 직장 때문인가, 아마 그럴텐데요. 암튼 머나먼 LA까지 와서도 춤에 대한 열정은 버리지 못하고 클럽에서 활개치면서 유명해집니다. 딘 콜린즈는 자기만의 독특한 스타일이 있었는데요, 사보이의 프랭키 매닝과 그의 친구들(Whitey’s Lindyhopper)이 빠른 음악에 큰 바운스와 원형 움직임, 킥하는 격렬한 몸동작을 했다고 한다면요, 딘 콜린즈는 다소 느린 음악에 직선(Slot)의 움직임과 부드러운(Smooth) 몸동작, 촘촘한 풋웍이 특징이었다고 합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니, 한번 감상해보세요. 프랭키 매닝 할아부지의 댄스와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겠네요.

딘 콜린즈 아저씨와 쥬얼 맥그웨인

Whitey’s Lindyhoppers

그가 단순히 잘추는 댄서였다면, 이렇게 까지 유명해지지 않았겠죠?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그의 독특한 스타일이 많은 제자들을 통해 전달되면서, 일명 헐리우드 스타일(Hollywood Style) 이라는, 미국 서부 린디합의 스타일로 자리잡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는 훗날, 웨스트코스트 스윙(WCS)이라는 새로운 스윙의 원류로도 평가받고 있습니다. 얼마전에 한국에도 왔던 닉(Nick Williams)과 실비아(Sylvia Sykes). 바로 이 실비아가 바로 딘콜린즈에게 직접 가르침을 받았구요, 훗날 웨스트코스트 스윙이 구체화 되는데 일조를 한 아서 머레이 스튜디오(Arthur Murray Studios)의 수장, 아서 머레이(Arthur Murray)도 딘 콜린즈에게 배웠다고 하네요.

헐리우드 스타일(Hollywood Style) BarSwingona 2003 - Kevin & Carla

전에 재즈 얘기를 했을 때에도, 동부는 하드밥, 서부는 쿨재즈. 이렇게 갈렸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춤 스타일 역시 동부의 사보이 스타일(Savoy Style)과 서부의 헐리우드 스타일(Hollywood Style)로 서로 갈렸네요. 서부의 재즈와 춤의 주체는 백인이어서 춤의 스타일도 그에 맞춰서 서서히 변하기 마련이었을 테지만 결정적으로는 당시 동부와 서부의 댄서들이 서로 교류하기 어려웠다는 사실이 이러한 스타일의 차이를 가속화 시키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때는 지금과 같이 비행기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인터넷이 있었던 것도 아니기 때문에, 머나먼 동네에서는 어떻게 춤을 추는지 잘 몰랐을 테고, 시간이 지날 수록 이런 이질화는 가속화 되어, 결국 각자 지역에서 제각각 변형된 춤 스타일을 만들어냈을 거라는 거죠.

이런 변화의 중심에 있는 웨스트 코스트 스윙(WCS) 얘기를 좀 더 해볼까요? 동부의 린디합, 사보이 스타일의 린디합은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1950년대를 마지막으로 사라지게 됩니다. 서부 역시 린디합이란 이름은 거의 자취를 감추게 되었지만 (딘 콜린즈 아저씨는 1984년 돌아가실 때까지 제자를 키워냈다고는 하네요^^), 웨스트코스트 스윙이라는 새로운 이름아래, 음악의 변화와 베이직의 변화를 수용하면서 명맥을 유지해 나갑니다. 스윙음악만이 아닌, 시대에 따라 변하는 음악에 맞춰 추는 것이었죠. 롹앤롤에서, 디스코, 그리고 90년대 들어서는 다양한 팝 음악에 까지요. 음악이 달라지니 베이직이 달라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스윙의 특징인 쿵짝이 없어지다보니, 방방 뛰던 바운스는 거의 사라지고, 그 빈자리는 미끌어지듯 걷는 스텝, 그리고 완벽한 직선운동과 턴, 패턴, 웨이브등으로 채워졌습니다. 감상해 보시죠~

US Open 2007 - Jordan & Tatiana

역사속으로 사라지나 했던 린디합은, 80년대에, Sylvia Sykes(네! 그 실비아 맞습니다), Erin Stevens, Terry Monaghan and Warren Heyes과 같은 신세대 댄서들에 의해 탐구되어 리바이벌 됩니다. 그들은 캘리포니아, 뉴욕, 런던, 스톡홀롬등 세계 각지에서 각자의 동기에 의해 춤을 추고 있었는데요, 그들은 전 글에서도 소개한 바 있는 Hellzapoppin’ 이나 A Days at the Races와 같은 흑백 필름들을 보면서, 프랭키 매닝(Frankie Manning), 알 민즈(Al Minns), 노마 밀러(Norma Miller), 쥬웰 맥그웨인(Jewel McGowan), 딘 콜린즈(Dean Collins)와 같은 1세대 댄서들의 도움을 받아, 린디합의 리바이벌을 이끌어 냅니다.

Jewel McGowan

Al Minns & Leon James owning the party in 1954

Lindyfest 2016 - Norma Miller Performance

특히, 1982년에 스웨덴 스톡홀롬에서 처음 개최된 허랭 스윙 캠프(Herrang Swing Camp)는, 스윙 리바이벌의 상징으로, 아직까지 스윙계의 큰 행사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허랭 캠프를 주도 했던 공연팀이 바로 리듬 핫샷(The Rhythm Hot Shots) 이라는 스웨덴 공연 팀이었는데요, 이 리듬 핫샷은 할렘 핫샷(Harlem Hot Shots)이라고 이름을 바꾸고 아직까지도 활동 하고 있습니다. 스카이 프리다(Skye & Frida)로 유명한 프리다가 바로 이 할렘 핫샷의 멤버라는 사실!ㅋㅋ 네, 프리다는 스웨덴 사람입니다.

Herräng Dance Camp

Herräng 2012 Skye & Frida

할렘 핫샷은 우리나라에도 2005년인가에 왔었습니다. 그러나 말씀 드렸듯이 당시 저는 이런 것에 관심이 전-혀 없었으므로, 그저 뭐가 왔다갔냐? 하고 말았죠. 지금 생각하면 갈껄…하는 후회가 밀려옵니다. 자, 동영상 한번 보시죠~ 리듬핫샷의 거의 15년전 영상입니다. Hellzapoppin’의 느낌이 나지요? 참고로 말씀드리면, 지난 스윙 페스티발 때 제가 참가했던 팀 공연의 컨셉도 바로 이 리듬핫샷이었어요.ㅋㅋ

1994 - The Rhythm Hot Shots

Harlemhotshots

스윙이 부활 한지 약 20년, 지금은 세계의 각지에서 스윙 캠프와 컴피티션 대회, 파티가 열립니다. 스웨덴의 허랭을 비롯해서, 미국의 ULHS(Ultimate Liny Hop Showdown), ALHC(American Lindy Hop Championships), Camp Hollywood, Camp Jitterbug, RAF(Rhythm of Arts Festival), 홍콩의 HLX(Hongkong Lindyhop eXchange) 등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열리고 있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2006년에 KLR(Korea Lindyhop Revolution)이라는 이름으로 역사적인 캠프가 열렸는데요, 그 전까지 챔피언들이 간간히 우리나라에 오긴 했지만, KLR처럼 그렇게 떼로 와서 며칠씩 워크샾과 파티를 즐긴적은 없었기에, 코리아 린디합 레볼루션이라고 칭할만 했답니다. 그러나 저는, 그때에도 역시나 무관심-_-으로 일관해 버렸다는…ㅋㅋㅋ

ULHS 2005 - Slow Division Finals

2006년인가..제가 공연 할 때 참고한 동영상인데요, 그때에는 ULHS가 뭔지, 출현하는 애들이 누구인지도 잘 몰랐고 관심도 없었죠.ㅋㅋ

KLR 2008 - Silvershadow, 여기에는 저도 갔답니다^^

자, 그럼 린디합 부활 이후의 스타일 이야기를 해볼까요? 지금 부터는 완전히 주관적인 관점이니 감안하시고 들어주세요~ 스윙 부활 초기의 리듬핫샷의 영상들을 보면, Hellzapoppin’ 등의 영상을 충실히 따른, 이른바 사보이 스타일을 추구했던 것으로 보여집니다. 하지만 2000년대 초기의 미국 영상들을 보면, 오히려 헐리우드 스타일이나, 웨스트코스트 스윙의 느낌을 받을 수 있는데요, 왜 그런 걸까요? Maybe 스윙의 부활이라고 하지만, 초기(80년대)에는 붐이라고 할만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저 리바이벌의 의미 정도? 허랭캠프도 89년에나 와서야 호응을 얻었다고 하니까요. 게다가 리바이벌의 시발점이 미국이 아닌 스웨덴이었다는 사실. 하지만 90년대에 들어서 미국 광고(GAP광고)와 영화(말콤X), TV에 스윙이 나타나게 되었고, 그때서야 비로소 대중에게 붐업이 되었던 것이지요. 그렇게 급 붐업된 스윙은, 그때까지 나름 미국에서 명맥을 유지하던 헐리우드 스타일 및 웨스트코스트 스윙 스타일과 섞이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사보이 스타일 린디하퍼 보다는 그 쪽 댄서들이 더 많았었을 테니까요. 게다가 흑인 댄서들 보다는 백인 댄서들이 더 많았죠. 음악도 한 몫 했으리라 봅니다. 2000년대 초기 영상들에 나오는 음악을 가만히 들어보면 스윙 풍이기는 하지만, 스윙 시대의 하드코어한 스윙음악은 아닌 것들이 들립니다. 보다 멜로딕한 딕시랜드, 부기우기, 롹앤롤 등이 들리네요. 또한 사보이 스타일에서는, 보통 매우 빠른 음악에 미친듯이 추는 것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공연용은 몰라도 제너럴용으로는 무리가 있어 그러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요.

ALHC 2001(?) - Todd Yannacone & Emily Hoffberg

US Open 2002 - Doug Silton & Emily Hoffberg

역시 예전부터 잘 나가던 에밀리!

Laughlin Lindy Hop Dance Camp Competition 2002 Jack & Jill

2000년대 초반을 지나 중.후반으로 오면서, 스윙은 리듬과 바운스가 강조 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그들은 알고 있었고, 다만 표현이 더 확실해 진 것일 수도 있지만요, 암튼 제가 보기에 그렇습니다)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제 생각엔, 스윙 음악과 영상을 계속 듣고, 찾고 하다보니, 스윙 본래의 경쾌하고 율동감넘치는 리듬이 자연스럽게 드러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암튼, 그에 따라서 린디합의 모습이 조금 변하게 되었는데요, 바운스는 좀 더 크고 경쾌해졌고요, 당김음에 대한 표현도 확실해지고, 동작들도 더 커졌습니다. 뮤지컬리티도 짜고 치는 세밀한 표현이나, 웨이브 등 리드미컬한 바운스 연결에 다소 장애가 되는 것들은 과감히 생략하거나 리듬을 유지하면서 할 수 있는 동작으로 바뀌었는데요, 이는 음악의 변화에 따른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저는 마치 스무쓰한 헐리우드 스타일과, 액티브한 사보이 스타일이 짬뽕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는데요, 한번 영상을 보시죠!

ILHC 2008 - Dax Hock & Alice Mei

ULHS 2008 Medium Division

작년과 올해,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이제 챔피언 급 댄서들은 어떤 일관된 스타일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개성을 뿜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속을 들여다 보면 다양한 스타일이 녹아들어 있다고 생각되지만, 어쨌든 그들은 이제는 단순히 흑백 영상을 보고 쫓아하던 것에서 벗어나, 변형하고, 창조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들을 하나로 엮어주는 것은 이제 스타일이 아니라 ‘스윙 음악’, 그리고 스윙음악을 몸으로 표현하는 ‘스윙 댄서’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ILHC 2008 - Stefan & Bethany

우리나라 스타일 얘기를 좀 해볼까요? 큰 흐름으로 보자면, 우리나라 역시 미국의 스타일대로 흘러왔다고 생각하는데요, 더그 실턴(Doug Silton)이라는 린디하퍼가 우리나라에서 워크샾을 열고 난 후, 그의 웨스트코스트적인 린디합 스타일이 우리나라 초기 린디합 형성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봅니다. 저도 2005년 처음 린디합을 배울 때 그런 스타일로 배웠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동호회에서 일상 탈출의 개념으로 춤을 배우기 시작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보다 친근한 가요와 팝 위주의 음악에 제너럴을 하는 비중이 높아서 더더욱 그러한 영향이 컸던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최근, 유튜브가 등장하고, 외국인 챔피언들의 왕래는 더욱 잦아지고, 외국의 유명 캠프에 참가하는 국내 댄서들이 많아지면서, 점차 스윙의 오리지널리티를 찾으려는 움직임들이 활발해 졌고요, 외국의 흐름을 이해하는 것도 더 빨라졌습니다. 빠도 많이 생겼구요^^ 누가 그러던데, 우리나라는 매일밤 exchange가 열린다구요.ㅋㅋㅋ

자…오늘은 스윙의 부흥과 스타일 변화에 관해서 이야기 해보았습니다. 주관적인 이야기였던 만큼 서로 주고 받으면서 하면 더 재미가 있었을텐데요, 남은 이야기들은 술자리로 넘겨놓고요^^ 이만 마무리 하겠습니다. 마지막일 수록 더 짧아야하는데, 오히려 더 길어졌네요. 지금까지 감사드리고요~

그럼 졸업파티 때 뵈어요~^^ ㅂ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