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미친 페미니스트 여자친구

하이퍼 리얼리즘이라고 감탄하던 후기가 많던데, 익숙해져서 그런지 몇몇 씬은 클리셰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여전히 현실은 딱히 개선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진짜 클리셰가 아닌 것이 함정이지만. 좋았던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주인공이 따뜻한 시선을 놓지 않으려고 한 점이다. 사실 그 부분이 좀 비현실적라 슬프기도 했다. 구체적인 일상에 발을 디디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좋았고.. 팩트들은 차갑지만, 표현들은 어딘가 따뜻해서 무겁지만은 않게 읽을 수 있어 좋았다. 얼마 전에 봤던 주디 버틀러의 선언적이고 추상적인 강의보다 오히려 더 와닿는 느낌. 페미니즘의 역사를 한번 제대로 훑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